_ Terry Oldfield I Out Of The Depths
 
1. Hear My Plea
 
 
 
 
 
 
_ Review
 

나는 거북이를 타고 세상을 건넌다. 거북이는 빠르다. 물론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때는 꼼짝도 안 했다. 폭폭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이놈의 거북이 새끼, 확 잡아먹어버릴까 보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거북이를 쳐다보았다. 실제로 몇 번 잡아먹어 보려고도 해봤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곧 거북이도 시간이 지나 가속이 붙으면 겁나게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타고 있을 때는 잘 모른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면 까마득하다.

누구는 구반포 상가 앞에서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기도 한다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거북이를 타고 사막을 건너고 있었다. 미친 짓이었다. 미친 짓이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날 저녁 학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거북이뿐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왜 거북이였는지는 나도 모른다. 물론 알았다고 해도 별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남들도 다 그렇게 사막을 건너는 줄 알았다.

무사히 사막을 건넌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눈 먼 뱀처럼 끝없이 사막을 떠도는 사람들도 보았고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진짜 낙타를 잡아먹어버린 사람들도 보았다. 대단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거북이도 그렇지만 제 손으로 낙타를 죽인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긴 사막에서는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제정신이라면 처음부터 사막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끔은 소를 타고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막에서 십우도를 완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그림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소를 타고 사막을 건너던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은 대담하게 허공에 문을 그려 넣은 뒤 그 문을 열고 소를 타고 들어가버렸다고도 한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사막은 거짓말처럼 끝이 났다. 사막이 끝난 곳에는 눈앞 가득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나는 사막이 끝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고 그 끝이 다시 바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믿을 수가 없었다. 사막이 끝난 곳에서 사람들은 타고 온 낙타를 버렸다. 낙타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바다를 쳐다보며 담배를 피워 문 뒤 뒤돌아 천천히 왔던 길을 돌아갔다.

그렇다. 이제 사막은 끝난 것이다. 더 이상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사람들은 넋을 잃고 하염없이 바다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바다를 보기 위해 사막을 건너온 것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바닷가에는 영업사원들이 나와 있었다. 사람들은 할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내비게이션이 달린 신형 SUV로 갈아탔다. 그리고는 해안을 따라 길게 나 있는 아름다운 일주도로를 타고 어디론가 뿔뿔이 사라져갔다.

내게도 영업사원 하나가 다가와 친절하게 웃으며 카탈로그를 보여주었다. 나는 묵묵히 카탈로그를 쳐다보며 그의 설명을 들었다. 깊은 슬픔이 밀려왔다. 나는 고개를 꺾었다. 거북이는 슬금슬금 바다로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 저게 미쳤구나. 이제는 스스로 제 목숨을 끊으려 하다니. 하지만 나는 곧 거북이가 바다를 건너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는 끝이 아니야. 우리는 바다를 건너가야 해.

나는 바다를 건넌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북이 역시 사막을 건넌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둥실둥실 물에 뜬 채 거북이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카탈로그를 접어서 주머니에 집어넣고 거북이를 따라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다는 따뜻했다. 나는 수영을 못했기 때문에 거북이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거북아, 거북아. 한 번만 더 날 살려다오. 나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단다.

우리는 물결에 흔들리며 천천히 해안가를 벗어났다. 뒤를 돌아보자 멀리 푸른 사막이 물에 잠기고 있었다.

090405 I 100905